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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먼저 — 평결은 나중에.”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865)

독자 여러분께.

지난 5월, 토익 시험장에서 처음 있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AI 스마트 안경을 쓴 응시자가 적발된 것이었는데요, 스마트 안경이란 카메라와 마이크, 작은 스피커 등에 생성형 AI를 결합한 안경입니다. 이 안경을 활용하면 보이는 것을 찍어 AI에게 묻고, 그 답을 렌즈 화면이나 귓가의 소리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해당 부정행위는 토익 시험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산업인력공단 기사 자격시험에서도 발생했습니다.1 당연하게도 적발된 사람들의 시험은 무효가 됐고, 몇 년간 그들의 응시 자격은 막히게 되었습니다.

제게 조금 흥미로운 건 그들을 잡아낸 게 전파 탐지기나 첨단 장비가 아니라 감독관의 눈썰미였다는 것입니다. 당시 일반 안경보다 두꺼운 안경다리를 보고 이상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 미묘한 차이에 대한 관심 덕분에 그들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건이 알려지고 앞으로 이런 일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묻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감독관 교육을 강화하자, 전파 탐지기를 들이자, 미국 SAT 시험장처럼 스마트 안경을 반입 금지 품목에 넣자, 이렇게 답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2 추측컨대, 우리나라는 곧 미국과 비슷한 방식을 택하지 않을까요?

사실 방금 말씀드린 게 다 맞는 이야기일 것인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바가 있어 오늘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에 그들이 잡힌 건 안경다리가 두꺼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내년에는, 그 다음 해에는 어떨까요? 기기는 점점 작아지고, 점점 평범한 안경을 닮아갈 겁니다. 그리고 저는 어느 순간 안경다리가 충분히 얇아졌을 때를 상상해 봅니다. 아마 감독관의 매서운 눈썰미로도 — 그것만으로는 — 더는 잡아내기 어렵겠죠? 물론 당장에야 앞서 나온 것 같이 전파 탐지기를 도입하면 한숨 돌릴 수 있겠습니다만, 그것도 언제까지일지 모르죠.

그런고로 제가 생각하기에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분명 필요한 질문이지만, 충분한 질문까지는 못 됩니다.

그러면 무엇이 충분한 질문일까요? 저는 이걸 알아내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차례로 던져보고 싶습니다.

먼저, 막을 수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안경다리는 점점 얇아질 것입니다. 그렇게 막는 쪽이 한 걸음 따라잡으면, 뚫는 쪽은 곧 두 걸음 앞서가겠죠. 어느 시점이 지나면 막는 일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질지도 모릅니다.

다음으로, 왜 막으려고 하는 걸까요? 정확히는, 무엇을 지키려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표면적인 답은 시험의 공정성일 것입니다. 어떤 응시자는 도구를 쓰고 어떤 응시자는 쓰지 않는다면, 그것은 불공정하니까요. 그런데 한 발 더 들어가 보면, 공정성이라는 답 뒤에는 더 근본적인 무언가가 있습니다. 바로 시험이라는 제도가 수백 년 이상 딛고 서 있던 전제 — 앎은 사람 안에 있어야 한다 — 말입니다. 시험장은 사람이 자기 안에 있는 앎을 꺼내 보이는 자리이지 밖에서 가져오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죠.

저는 한 가지 더 묻고 싶은데요, 그렇다면 이 전제는 시험장 안에서만 따르면 되는 걸까요?

시험장 안에서 일어난 일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응시자가 AI 안경을 착용함으로써 시험의 전제를 어겼고, 이에 따라 그들의 시험은 무효가 되었다는 것 — 이건 깨끗하게 정리가 되는 사건입니다.

그러나 시험장 밖에서, 그러니까 우리의 일상에서는, 어느덧 수많은 사람이 매일 AI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쓸 때도, 자료를 정리할 때도, 막힌 문제의 실마리를 구할 때도요. 처음에는 그저 편리한 도구였던 것이, 어느새 그것 없이는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한 무언가가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물론 학교나 일터에서 AI 사용을 두고 다툼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점차 이것은 부정행위라기보다는 능력으로, 시대를 잘 따라가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이 두 가지 장면을 나란히 놓아봅니다. 시험장 안의 AI 안경은 시험의 전제를 어깁니다. 몇 건의 사건으로, 몇 명의 응시자에 의해, 분명하게. 반면 일상 속 AI는 이 전제 자체를 흔듭니다. 매일 조금씩, 많은 이들에 의해, 거의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로.

전자는 잡아낼 수 있습니다. 후자는 잡을 대상조차 분명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전자를 쉽게 봅니다. 안경다리가 두꺼운 응시자, 무효 처리된 시험, 탐지기 도입 논의 등. 그러나 같은 사건이 지시하고 있는 후자 — 앎은 사람 안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 — 은 좀처럼 화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충분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장 밖에서 그 바탕이 이미 무너지고 있다면, 시험장 안에서 그것을 붙드는 일은 무엇을 붙드는 일이 될까요.

저도 아직 답은 모릅니다. 다만 이 질문을 꺼내지도 않은 채로 더 좋은 탐지 방법만 찾아보려 한다면, 그건 순서가 틀린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안경다리가 아직 두꺼운 지금, 이 질문을 먼저 꺼내보고 싶었습니다.

폴라니는 기술이 우리에게 무엇을 하는가를 기록하는 독립 매체입니다. 오늘 한글로 적은 세 번째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1  YBM한국TOEIC위원회, 「토익 정기시험 AI 스마트 안경 부정행위 적발」, 2026년 6월 9일; 파이낸셜뉴스, 「"안경 모양이 이상한데"…AI 스마트글라스 썼다가 '시험' 무효처리」, 2026년 6월 10일. https://www.fnnews.com/news/202606100728543326

2  College Board, "Changes for 2026-27 Testing — SAT Suite," https://satsuite.collegeboard.org/sat/testing-staff/changes. 공식 정책 원문: "Smart glasses are prohibited during testing. Students with prescription smart glasses will need to remove them or test another day with standard glasses." 2026년 3월 시험부터 적용. Inside Higher Ed, February 2, 2026 교차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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